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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해설 · P1 선사·고조선

선사·고조선 시대 — 문명이 처음 문자를 갖던 무렵의 한반도

이 시대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사건의 순서가 아니라, 두 연표가 서로 다른 종류의 증거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발행 2026-08-02

연표에서 P1은 가장 긴 시대다. 구석기의 시작인 약 70만 년 전부터 고조선이 한 무제의 공격으로 무너진 기원전 108년까지, 사실상 인류사 대부분이 이 한 줄에 들어간다. 시대가 길다는 것은 곧 남은 기록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나란히 놓고 볼 때 가장 먼저 감안해야 할 것이 그 점이다.

한반도: 유물이 말하고 문헌이 뒤늦게 따라온 시대

한반도의 구석기는 뗀석기와 동굴 유적으로, 신석기는 빗살무늬 토기와 조개더미로, 청동기는 비파형 동검과 고인돌로 확인된다. 즉 이 시대 한국사의 근거는 대부분 땅에서 나온 물건이다. 반면 고조선의 건국 연도로 널리 알려진 기원전 2333년은 유물이 아니라 13세기 고려의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가 전하는 단군 신화에 근거한다. 연표에서 이 항목을 누르면 "기원전 2333년"이라는 숫자가 나오지만, 그 숫자와 "기원전 108년 왕검성 함락"이라는 숫자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앞의 것은 후대의 기록이 전하는 상징적 연대이고, 뒤의 것은 『사기』 같은 동시대에 가까운 중국 문헌과 고고학적 정황이 함께 받쳐 주는 연대다.

고조선의 실체가 뚜렷해지는 것은 기원전 4~3세기부터다. 이 무렵 고조선은 중국 연(燕)과 대립할 만큼 성장했고, 철기 문화가 들어오면서 사회 구조도 복잡해졌다. 기원전 194년 위만이 준왕을 몰아내고 세운 위만조선은 중계 무역으로 번성하다가, 기원전 108년 한 무제의 원정에 무너지고 그 자리에 한사군이 설치된다. 한반도가 처음으로 동아시아 국제 정치의 무대 위에 문헌으로 등장한 순간이 곧 고조선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셈이다.

같은 시기 세계: 문자·법·제국이 차례로 발명되던 구간

세계사 컬럼에서 이 구간은 정반대의 밀도를 보인다.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 쐐기문자가,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 상형문자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기원전 1800년경 함무라비 법전, 기원전 1600년경 상(은)나라의 갑골문, 기원전 1046년경 주나라의 봉건제가 차례로 이어지고, 기원전 5세기에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과 아테네 민주정이, 기원전 334년에는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이 온다. 기원전 221년 진의 통일과 기원전 202년 한의 성립은 곧바로 고조선의 운명과 맞물린다.

그래서 이 시대의 두 컬럼은 길이가 비슷해 보여도 기록의 밀도가 다르다. 세계사 쪽에 항목이 촘촘한 것은 그쪽에서 일이 더 많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문자로 적힌 것이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연표를 볼 때 빈칸을 "아무 일도 없었던 시기"로 읽지 않는 것이 이 시대를 제대로 읽는 요령이다.

두 흐름이 실제로 만나는 지점

이 시대에도 두 세계가 직접 맞닿는 순간이 있다. 첫째는 철기다. 기원전 5~4세기경 한반도에 철기가 들어오면서 농업 생산력과 무기 체계가 함께 바뀌었는데, 이는 중국 전국시대의 철기 확산과 이어지는 흐름이다. 둘째는 한 제국의 팽창이다. 기원전 108년 고조선의 멸망은 한반도 내부 사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흉노를 상대로 대외 원정을 이어가던 한 무제의 전략 속에서 고조선이 제거 대상이 된 것이다. 연표에서 고조선 항목과 한 성립 항목이 가까이 놓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대의 연도는 어떻게 알아내는가

P1의 항목에는 유독 '약', '경', '무렵'이 많이 붙는다. 이는 서술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연대를 얻는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연도는 크게 세 갈래에서 나온다. 첫째는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으로, 유기물에 남은 탄소-14의 붕괴량을 재서 얻는다. 오차 범위가 함께 제시되며 대체로 수십에서 수백 년이다. 둘째는 층서(層序), 곧 유물이 어느 지층에서 나왔는가로 앞뒤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다. 셋째가 문헌 기년이다.

문제는 셋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기원전 2333년이라는 고조선 건국 연도는 앞의 둘이 아니라 13세기 문헌 『삼국유사』가 전하는 값이고, 일연은 이를 중국 요임금 즉위에 맞춰 배치했다. 반면 같은 줄에 놓이는 이집트 통일이나 수메르 도시국가의 연대는 발굴층과 왕명표로 교차 검증된다. 두 종류의 숫자를 같은 줄에 올려놓고 '몇 년 늦었다'고 읽으면 비교는 정확해 보이지만 실은 어긋난다. 이 사이트가 P1 항목에 근사 표기를 그대로 남겨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확해 보이는 숫자보다 근거의 성격을 밝히는 편이 정직하다.

농경이 만든 것은 식량만이 아니었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진짜 변화는 도구의 재질이 아니라 잉여의 등장이다. 구석기 사회는 그날 얻은 것을 그날 나눴다. 저장할 수 없는 것을 두고는 위계가 생기기 어렵다. 신석기의 농경과 토기는 저장을 가능하게 했고,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생기자 그것을 더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이 갈렸다. 청동기 시대에 이르면 이 격차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굳는다.

그 증거가 고인돌이다. 수십 톤짜리 덮개돌을 옮기려면 수백 명의 노동을 한 사람의 죽음을 위해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무덤의 크기는 곧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의 수이며, 그것이 권력의 정의다. 비파형 동검이 실용 무기이자 위세품이었다는 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같은 시기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 그리고 한반도의 고인돌은 재료도 형태도 다르지만 같은 사회적 사실을 증명하는 서로 다른 형태다. 국가는 이 격차가 제도로 굳었을 때 나타난다. 고조선의 8조법이 사유재산과 신분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 시대를 다룬 영화·드라마

영화 컬럼에서 이 구간에 놓이는 작품은 대체로 지중해와 서아시아를 무대로 한다. 〈노아〉(2014)와 〈십계〉(1956)는 성경 서사를, 〈트로이〉(2004)는 기원전 12세기 에게해를, 〈300〉(2006)은 기원전 480년 테르모필레를, 〈알렉산더〉(2004)는 기원전 4세기 원정을 다룬다. 한국사 쪽에 대응하는 극영화가 거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대의 성격을 드러낸다 — 서사로 재현할 만큼의 인물과 사건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을 볼 때 연표의 한국사 컬럼을 함께 열어 두면, 스크린 속 인물들이 움직이던 바로 그 시기 한반도는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중이었다는 좌표를 얻게 된다.

한눈에 보기

연도한국사세계사
기원전 3000년경신석기 문화이집트 문명 성립
기원전 2333년고조선 건국 (『삼국유사』 전승)
기원전 1800년경청동기 시대함무라비 법전
기원전 5~4세기철기 문화 유입그리스-페르시아 전쟁 · 아테네 민주정
기원전 194년위만조선 성립
기원전 108년고조선 멸망 · 한사군 설치한 무제의 팽창

이어서 읽기

참고 자료

사실 관계는 위 자료를 따르며, 비교와 해석은 이 사이트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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